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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시 명 : 규중칠우쟁론기

■ 전시작가 : 강보라, 강유정, 강현아, 김성미, 문상훈, 박슬기, 정민주

■ 전시기간 : 2022. 04. 12(화) – 04. 30(토)

■ 관람시간 : 10:00 AM ~ 6:00 PM (일요일 휴관)

■ 기획 : 황수경, 축사 : 이순종, 서문 : 김소원, 김지은

■ 리뷰 : 김명지, 포토리뷰 : 양승욱

■ 전시장소 : 갤러리세줄 / www.sejul.com / 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40.

■전시작가소개

규중칠우쟁론기 (기획 황수경)

본 전시는 작가와 연대 미상의 한글 수필 작품인 『규중칠우쟁론기』의 서사 방식을 차용했던 전시로, 2021년 구기동 공간일리에서 열렸던 릴레이 개인전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은 연합전이다. 옷을만드는 규방의 일곱 가지 사물들을 의인화한 가전체 문학의 형식을 7인의 여성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나갔던 전시였는데 이번 갤러리세줄의 후원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강보라, 강유정, 강현아, 김성미, 문상훈, 박슬기, 정민주 작가 칠우는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다시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엮은 본 전시를 통해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조명되지 못하는 여성의 노동과 감각을 살피고 그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자리이자, 여성의 공간으로 일컫는 규방 공간에서 우주라는 드넓은 스페이스에 자기만의 별로 거듭나 서로를 잇는 별자리 연대이기도 하다.

김지은

여성과 세계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여성의 손으로 세계를 어루만져 만들어나가는 지난한 작업은 남성 중심적 사고관과 예술관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이해해나가는 앎의 과정이다. 이러한 구분과 작업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을 고정불변의 요소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지배적 성으로 자리 잡은 남성중심주의로부터 탈피하여 기존 체제에 균열을 만들고자 하는 창조적 행위이다. 권력 지향적 남성중심주의가 거대 담론과 총체적 비전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여성은 그 담론과 비전에 포함되었지만 동시에 배제되어 있는 존재들에 눈길을 돌린다. 그 존재는 여성이자 소수자이고, 동물과 식물을 포함하는 비-인간이자, 일상 속 사물이기도 하다.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고 있지만, 온전히 조명되지 못하거나 그 가치가 폄하되어 온 존재들을 여성의 감각과 감수성으로 살펴보고 풀어내며 소생시키고자 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이를 위하여 본 전시는 작가와 연대 미상의 한글 수필 작품인 『규중칠우쟁론기』의 서사 방식을 차용하되,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예술적으로 변용한다. 『규중칠우쟁론기』가 옷을 만드는 규방의 일곱 가지 소품들에 목소리를 부여하여 제각기 자신의 공을 내세우게 함으로써 당대의 세태를 비틀어 풍자하였다면, 본 전시는 소비와 지배의 논리 속에서 소멸되고 소진되어 버린 듯하지만, 일상 속 묵중한 방식으로 잔존하는 여성의 감각과 감수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위해 7인의 여성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시를 이어나간다. 김성미 작가, 박슬기 작가, 강보라 작가, 강현아 작가, 강유정 작가, 정민주 작가, 문상훈 작가가 만들어내는 일곱 가지의 이야기는 황수경 기획자와의 협업 아래 다시 하나의 이야기로 아름답게 뭉쳐진다. 각 전시는 개별 전시의 특수성이나 참신성을 앞 다투어 강조하기보다는, 앞선 전시와 뒤따르는 전시 간 보이지 않는 연관성과 유대에 의해 매순간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 나아가니, 구성과 형성은 이 전시를 추동하는 또 다른 모티브이다.

본 전시는 7인의 여성 작가와 1인의 여성 기획자에 의해 세상과 조우하지만, ‘여성’만을 위한 배타적 예술은 지양한다. 화려하거나 돋보이지는 않더라도, 서로에게 속삭이듯 품어주는 전시 속 연대와 전시 간 연대는 성과 젠더에 구애받지 않고, 나와 다른 존재를 엮어내는 돌봄 과정의 연속이자 연장이다. 그러므로 본 전시는 가부장적 사회가 추동하는 위계 질서적 관계 맺기와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희생으로서의 돌봄이 아니라, 생명을 자본의 논리가 아닌 생명 그 자체로 바라보고, 현재를 온전히 ‘현재’로 느낄 수 있는 여성의 섬세한 감각과 찬찬한 감수성을 전달한다. 이러한 작업은 여성 작가와 여성 기획자의 손에 의해 개시되지만, 이 전시에 공감하는 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여성의 감각과 시적 언어로 여성과 생태의 다층적 관계를 조망하는 본 전시 내에서 개별 전시는 서로 다른 결로 일렁이는 파동이지만, 각 전시는 한데 모여 여성의 서사를 직조해나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7인의 여성 작가들이 전개하는 본 전시회는 여성의 공간으로 일컫는 규방의 7가지 소품을 의인화한 『규중칠우쟁론기』의 현대적·예술적 변용이다. 종결되지 않은 미완의 열린 서사가 공간:일리에서 서로의 개입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