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e Exhibition
내 미학은 3기로
나누어진다.
제 1 기는 사이잘 마를 염색하여 제작한
거대한 입체작품
제 2기는 모든 색을 버리고 검정색을
사용한 작품
제 3기는 붓글씨에 의한 흑백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내가 표현하고 있는 예술의 두 축은 선과 색이다.
선으로서는 꼬여진 한지의 실,
색으로서는 흑과 백 두 색을 사용한다.
1980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주로 사이잘 마(마실)를 이용해 검은 입체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던 중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오래동안
유지시켜왔던 자신의 창작방식에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00년 초반부터, 예술가 이름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사이잘
마를 잠시 놓아두고 한지를 택하게 되었다.
나는 검정색을 선호하기에 붓글씨를 쓰게 되었고 한지가 먹 (검정색)을 받아들이고 품는 것을 보았다.
화면에 쓰여진 붓글씨는 1센티미터의
폭으로 잘려져 그 형태는 사라지지만, 한가닥 한가닥씩 꼬아서 화면에 붙여 나가면
수백 수천의 글이 지나간
흔적을 품으면서 거기에는 붓글씨의 점과 선 그리고 흰 여백만 남는다.
수많은 점들은 우주의 여러 행성으로 형상화하고 선묘가 중첩된 것은 응집되면서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나는 ‘그리기’보다 한 가닥의 실을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 무심(無心)의 상태에서 실을 붙여 나간다.
내 그림의 8할은 (무작위) 나머지는 철저한 계산(작위)이다.
가로 세로로 붙이고 ‘붙여가기’를 반복함을 그리고자 하는 것을 규제하고 통제하면서 흰 여백은 흰 여백의 덩어리로,
글자체의 검정색의 한 점(點) 한
점(點)이 어우러져 미세한 변화를 주면서 선이 되고 면이
되는 거기에는 우연과 필연,
유(有)와 무(無)의 현상이 서로
유기적으로 겹쳐지게 된다.
즉, 수천 수만의 글자체가 화면에 형상을
드러내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단 시간에 시각적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 이 노동을 “고행”을 동반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육체노동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으며 수직으로 내려진 선(線)과 몸짓의 반복은 정신적 수행(禪)을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나의 작품의 주제는 먼- 먼
우주 저쪽에 존재하는 대공간과 공간속에 전개되는 영원한 시간 속에서
사멸하거나 생성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는 우주의 풍경이다.
내 작품에서의 우주의 풍경은 어떤 형상이나 대상이 아니라 감추어지고 조절된 기운
그 자체이다.
나는 그런 우주의 원리를 교감하고 호흡하고자 하는 것이다.
차계남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