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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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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was just A funny boy

2022-06-08 ~ 2022-06-25

전시작가
테즈 킴(Tez Kim)
관람시간
10:00 AM ~ 6:00 PM (일요일 휴관)
전시장소
갤러리세줄 / www.sejul.com / 서울시 종로구 평창 30길 40

Introduce Exhibition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다.


현대 사회는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의 발전,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정보의 범람, 촘촘하고 집중화된 사회 구조, 끊임없이 세분화하는 분업의 형태 등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통한 생존만이 남아 있다. 공동체 정신은 사라지고, 남을 짓밟고 오직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정글의 법칙이 유일한 진리로 숭상되는 듯하다. 각자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 승자 독식 구조에서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은 패배의식과 존재의 부정으로 방황한다. 운 좋게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치열한 투쟁 속에서 정신은 피폐해지고 파괴되었으리라. 정신상담센터는 상처 입은 사람들로 붐비고 위로와 치유를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여기저기 구조 신호를 보내지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호기심 넘치던 유년시절, 그 기억 속 순수하고 자유로웠던 존재로의 회귀 본능은 자연스럽다. 모두의 어린 시절이 반드시 이상적이거나 유쾌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동네 친구들과 온종일 뛰어놀던 기억은 우리에게 이데아적 장면이기도 하다. 세상은 호기심 가득한 공간이고 전적으로 유희적 인간이 되는 시절이다.


테즈 킴(Tez Kim)의 작품은 우리에게 유년시절을 소환시킨다. 작가의 유년기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고도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상품이 쏟아지는 풍요와 희망의 시기이다. 당시 서울의 최고 핫플레이스인 압구정에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인 맥도널드가 생기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가 거리에 넘쳐났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평탄한 삶을 보냈던 유년기의 작가에게 당시의 세상은 화려한 이미지가 부유하는 다채로운 신세계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상품의 브랜드는 그 시절의 기호이자 상징이며 의미이다. 작가의 무의식 속에 정박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작품 속 이미지가 된다. 어릴 적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기억도 작가에게 독특한 이미지 기호로 뇌리에 기억되고 있다.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구쟁이 소년의 캐릭터는 3D 이미지처럼 동글동글한데, 유년기 소년의 짓궂지만 순수한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킨다. 그렇다고 유년시절이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알 수 없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어른 또는 사회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시선과 감정이 혼재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소년이 등장한다. 뱅크시의‘꽃을 던지는 사람’을 오마주한‘바나나를 던지는 소년’은 호기심 가득하고 순수한 소년이 의문과 모순이 넘치는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자 도발이다. 비에 젖은 우비를 입고 뭔가 아리송한 듯 곁눈질을 하는‘I love you more than a ceiling’에서는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소년의 궁금점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갈매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소년은 이 세상을 다 가진듯하다. 휴머니티가 사라진 이 세상을 마주한 우리에게 작가는 존재, 그리고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프로이트의 원초아와 자아가 공존하는 유년기가 인간 본연의 모습은 아닌지,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하고 떠올려 보면 어떨지, 작가는 우리에게 넌지시 묻는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디자인적인 구도와 배치, 표현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내러티브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유년시절의 기억과 모습,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더욱 각인시키고, 작가의 유년시절과 오버랩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비자족성의 인간에게 진정한 삶과 존재에 관한 물음은 영원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타인과 공존해야 하는 인간에게 현대의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삶의 방식에 어릴 적 순수함의 기억을 치환해보자. 끝없는 경쟁과 통제의 시대, 자신도 모르게 물화된 현대인들에게 유년기의 기억을 소환한 작가의 질문은 계속 유의미할 것이다.


독립큐레이터 사환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