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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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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THE EDGE OF NIGHT

2025-06-21 ~ 2025-08-23

전시작가
손정기
관람시간
10:00~20:00
전시장소
갤러리세줄 (서울시 종로구 평창 30길 40)

Introduce Exhibition

고독의 결, 침묵의 빛




그림 앞에서 나는 종종 말을 잃는다. 아니, 말이 스스로 발끝에 엎드리는 순간이 있다. 손정기 화백의 그림 앞에서 그렇다.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기류’다. 고요하지만, 분명히 흐르는 무언가. 그것은 언어 이전의 언어, 사유 이전의 직관이며, 외침이 아닌 침묵의 고백이다. 손정기 화백은 색을 꺾는다. 빛을 덜어낸다. 그러나 그것은 감각의 축소가 아니다. 오히려 색이 말을 멈추고, 그 틈에 감정이 쉬어갈 자리를 내어준다. 흑과 백, 그 두 극 사이의 비명 없는 무늬가 그의 화면을 채운다. 그 미세한 농담濃淡의 차이 속에서 빛이 걷고, 바람이 쉬고, 고독이 숨을 쉰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결코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뒷모습으로 말하고, 흔적으로만 존재한다. 광활한 자연 앞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 그것은 존재의 작음이 아니라, 작음으로 증명되는 존재의 강인함이다. 손정기의 인간은 크지 않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고요한 의지의 형태, 묵묵한 생의 단면이다.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다만, 묵음으로 자신의 생을 걸어간다. 손정기의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외로움은 누군가를 잃어버린 결핍이라면, 그의 고독은 스스로를 찾기 위한 자발적 비움이다. 그 비움 속에서 그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가 말한 Reflection—그 반영은 단지 자연의 수면에 비친 얼굴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던진 질문의 반사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그의 그림의 바닥에서 무언의 울림으로 되돌아온다.


그림 속의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말 없는 주체이며, 인간 존재의 거울이다. 그는 말한다. “자연은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삶도 그러하다. 우리가 움켜쥐려 할수록 멀어지는 그 거대한 강물 앞에서, 우리는 결국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 강물의 변두리에서, 그는 붓을 들고 선다. 그리고 마치 고요한 기도처럼, 흑과 백 사이에 사람의 숨을 새긴다. 손정기의 미니멀리즘은 절제의 미학이 아니라 생의 본질을 지키려는 고요한 저항이다. 그는 불필요한 형용사를 걷어내고, 남겨진 한두 개의 명사로 세상을 말한다. 그림 속의 한 줄기 나무, 한 가닥의 길, 한 사람의 뒷모습은 과잉된 세계에서의 명료한 회복이다. 그는 적음으로써 더 많이 말하고, 침묵으로써 더 깊이 울린다.


그의 작품은 사유의 무대다. 관객은 감상이 아니라 명상을 하게 된다. 어느 결엔가 그 그림 앞에 앉아 있노라면, 우리는 말없이 내면으로 가라앉는다. 그것은 화면 앞에 선 것이 아니라, 마음의 내부에 들어선 것이다. 그림은 창이 아니라 문이며, 그 문은 바깥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향해 있다. 손정기 화백의 작품을 걷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함께 걷는 일’이다. 그는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바라보는 법’을 되찾게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말한다. “이제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바라보라”고.


그의 세계에는 색 대신 결이 있고, 인물 대신 흔적이 있으며, 외침 대신 숨이 있다. 그것이 그의 미의식이다. 그는 삶의 고통조차 그려내지 않는다. 다만, 고통을 품은 채 묵묵히 걷는 존재를 그려낸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태도이며, 미의 근원이다.

손정기 화백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찬란함이 아니라 고요함 속에 숨어 있으며, 진실은 외침이 아니라 침묵 속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의 시간은 곧 사색의 시간이며, 사색은 다시 삶의 무늬가 되어 우리의 하루를 채운다.

그림이 끝나도 여운은 남는다. 그림이 말을 멈춰도 마음은 말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여운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손정기 화백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질문 앞에 그림 한 점을 조용히 놓아두고 떠난다. 그것이 그의 예술이며, 그의 철학이고, 그가 그리는 인간이다. 그리하여, 그는 말이 없는 화가가 아니라, 가장 깊은 말을 그림으로 건네는 시인이다. 침묵하는 붓끝에서, 세상에 없는 문장이 피어난다.


청람 김왕식



Walking Alone

(2025)

Acrylic on canvas

130.3x324.4cm




Walking Alone

(2024)

Acrylic on canvas

130.3x193.9cm




사유의 출발점

Beginning of Thought

(2023)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My Own Silence

(2024)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Shelter

(2024)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Into the Silence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There is a Solitude of Space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Alone in Silence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Walking Alone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Uphill

(2024)

Acrylic on canvas

116.8x91cm




Together in Solitude

(2024)

Acrylic on canvas

116.8x91cm




Into the Silence

(2024)

Acrylic on canvas

116.8x91cm




My Own Solitude

(2025)

Acrylic on canvas

116.8x91cm




The Quiet Journey

(2025)

Acrylic on canvas

116.8x91cm




Complete Silence

(2025)

Acrylic on canvas

116.8x91cm




Alone on the Road

(2024)

Acrylic on canvas

90.9x72.7cm




Along the Path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Walking Alone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Shelter(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Solitary Reflection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Beyond the Mountain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A Solitary Tree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Beneath the Silence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Walking Alone

(2025)

Acrylic on canvas

90.9x72.7cm




A Solitary Walk

(2025)

Acrylic on paper

40.8x29.7cm




Alone in the Wind

(2025)

Acrylic on paper

40.8x29.7cm




Alone Under aTree

(2025)

Acrylic on paper

40.8x29.7cm




Walking Alone

(2025) 

Acrylic on pape

40.8x29.7cm




A Quiet Path

(2025)

Acrylic on paper

40.8x29.7cm




Mountain (2025)

Acrylic & Pen on paper

40.8x29.7cm




Alone in the Wind

(2025)

Acrylic on paper

40.8x29.7cm




A Solitary Walk

(2025)

Acrylic on paper

40.8x29.7cm